1. 재료와 아키텍처의 상관관계
앨런 케이는 개를 위한 집을 짓는 것과 대성당을 짓는 것의 차이를 통해 아키텍처의 중요성을 설명합니다. 개집은 단순히 판자와 못을 사용하여 지을 수 있지만, 이를 100배로 키우면 구조적 한계로 인해 무너져 내립니다. 반면 샤르트르 대성당은 파르테논 신전보다 훨씬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더 적은 재료를 사용하여 더 견고한 구조를 유지합니다. 이는 재료 그 자체가 아니라 재료들이 서로 기대어 힘을 분산하는 ‘구조(Architecture)’의 승리입니다. 소프트웨어에서도 단순히 기능을 쌓아 올리는 피라미드 방식은 규모가 커질수록 복잡성으로 인해 붕괴하기 쉽습니다.
2. 기존 에이전트 아키텍처의 한계: 실패의 복리 효과
현재 대부분의 AI 에이전트나 마이크로서비스 설계는 여러 단계를 사슬(Chain)처럼 연결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하지만 각 단계의 신뢰도가 80%라면 3단계만 거쳐도 전체 시스템의 성공률은 약 51%로 급감합니다. 단계가 길어질수록 시스템은 더욱 취약해지며 개발자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더 많은 재시도(Retry) 로직, 가드레일, 폴백(Fallback) 메커니즘을 추가합니다. 이는 결국 시스템을 무겁고 복잡하게 만드는 피라미드의 석회칠과 다름없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3. Prompt Objects: 메시지 전달을 통한 창발적 복구
필자가 제안하는 ‘Prompt Objects’는 Smalltalk와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OOP)의 초기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 시스템에서 각 객체는 LLM을 메시지 해석기로 사용하여 자연어로 소통합니다. 객체는 수신한 메시지가 불분명하면 질문을 던지거나 재구성을 요청하며 명시적인 오케스트레이션 로직 없이도 객체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오류 수정과 조정이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이러한 안티프래질(Antifragile) 특성 덕분에 체인이 길어질수록 실패가 쌓이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한 복구 기회가 늘어나 시스템이 더욱 견고해집니다.
4. ARC-AGI 벤치마크를 통한 실증
프랑수아 숄레의 ARC-AGI 벤치마크는 인공지능의 일반 지능을 측정하는 까다로운 시험대입니다. 필자는 Prompt Objects를 사용하여 매우 단순한 솔버(Solver)를 구축했습니다. 고가의 모델 대신 저렴한 Haiku 4.5 모델을 사용하면서도 복잡한 퍼즐을 해결하고 있으며 수백 줄의 오케스트레이션 코드 대신 가설을 세우는 객체와 이를 검증하는 객체 간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객체들이 대화를 통해 스스로 패턴을 찾고 개발자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시스템을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집니다.
5. 형식주의보다 앞선 발견의 가치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타입 시스템이나 안전 장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필자는 아치 구조가 정립되기 전까지 수세기에 걸쳐 돌을 쌓아보며 실험했던 역사를 강조합니다. 너무 이른 형식화(Formalization)는 시스템의 유연성을 가두고 잘못된 형태를 고착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지금은 돌들이 서로 기대는 법을 배우는 단계이며 런타임에 스스로를 수정하고 적응하는 아키텍처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Ruby로 구현된 prompt_objects 라이브러리는 이러한 실험을 누구나 시작할 수 있게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