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리식 ERP의 탄생과 진화
ERP 시스템은 1960~70년대 공장에서 자재 소요량 계획(MRP: Material Requirements Planning)을 효율화하기 위한 도구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필요한 자재와 시기를 파악하여 재고 부족을 방지하는 실용적인 목적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Y2K 문제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제조, 재무, 인사, 판매 등 모든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로 통합하자는 “하나의 진실의 원천(one source of truth)”이라는 철학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단일 벤더의 모놀리식 시스템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실패 사례: SAP와 Nestle Project Globe
저자는 SAP 구현 경험과 Nestle의 ‘Project Globe’ 사례를 통해 모놀리식 ERP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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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 구현: “완벽한 가시성, 하나의 진실의 원천”이라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지역적 특성(예: 태평양 섬나라 지사)을 반영하지 못해 구현 초기부터 수많은 우회책(workaround)이 발생했습니다. 인수합병이 활발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단일 시스템은 빠르게 무력화되었고, 임시 스프레드시트와 커스텀 솔루션, 섀도우 IT가 만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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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stle Project Globe: 전 세계 모든 사업부를 단일 ERP 시스템으로 통합하려던 이 프로젝트는 3년 예상 기간을 6년 이상으로 늘리고 수십억 달러를 소모했습니다. 표준화와 중앙집중화에 기여했지만, 다양한 국가의 규제, 공급망, 고객 기대를 단일 템플릿에 강제 적용하면서 엄청난 고통을 야기했습니다. “채택하되 개조하지 말라(adopt don’t adapt)”는 구호는 현실의 복잡성 앞에서 좌절되었고, 혁신적인 소규모 인수 기업들이 관료주의에 압도되어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모놀리식 ERP의 네 가지 치명적인 결함
저자는 모놀리식 ERP가 지속적으로 실패하는 이유를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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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 난이도: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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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보수 난이도: 커스터마이징, 패치, 끝없는 변경 요청으로 막대한 자원이 소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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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변화에 대한 경직성: 시장 변화, 규제 변경, 신규 인수 등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결국 우회책을 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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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복잡성: 단순한 작업조차 복잡하게 만들어 사용자 생산성을 저해합니다.
결론적으로, 모놀리식 ERP는 비즈니스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비즈니스가 ERP 시스템에 봉사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합니다.